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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나의 옛날 이야기

비가 오니 예전 생각이 나네요.

by 둥지나무 2019. 5. 27.

만화 제작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신인 시절에 한달에 단행본 한권을 만들어 라고 해서 그래야하는 줄 알았습니다. 계약서까지 썼기 때문에 세상물정 모르는 20대에는 계약서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았죠.요즘처럼 인터넷이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물어볼 방법도 없고 계약을 지키기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추어에서 바로 프로로 데뷔한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그때 알았죠 .만화학원을 다닌 적도 없어서 만화 이론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그때부터 그리는 시간을 제외하곤 만화책을 쓰러질때까지 보았던 기억이 나는 군요.블로그를 통해 올리는 만화이론들은 모두 그렇게 찾아낸 것들입니다.

한달에 한권을 그리기 위해 스토리(원작)을 쓰는 데 5일 ,콘티 ( 네임)에 5일을 쓰고나면 하루에 무려 10페이지가량을 그려야 한달에 한권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당연히 계약서 대로 할 수 없었죠. 일일만화가처럼 운영하는 것도 몰랐던 터라 모든 것이 엉망인 시절이었습니다.첫 단행본을 마치고 바로 몸살로 쓰러졌습니다.약속했던 한달이 두달이 되고 두달이 세달이 되고 ... 뭐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경험이라는 것이 무섭다고 시간이 지나니 한달에 가능하기도 하더군요.그러나 ... 저의 만화제작 스타일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어서 충분한 정성을 넣지 않으면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습니다.이야기를 들어보고 무리한 요구인 것 같으면 거절해야한다는 것도 후에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종이로 된 원고 용지에 잉크를 찍은 펜으로 그렸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이면 종이가 습기를 머금어 펜선이 잘 그어지지 않거나 심지어 잉크가 번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그런 날은 특히 더 힘들지요. 하루에 평균 2시간에서 4시간 자는 일정으로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몇년간 일한 적도 많았네요.

지금은 괜찮은데 그런 몸으로 일을 하면 비가 오는 날엔 온몸이 쑤시고 아픕니다.지난 날을 돌아보면 참 무식하게 살았구나 ... 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은 디지털로 그리는 시대라 손으로 그리던 방식의 답답함은 없지만 ... 가끔 그때가 생각나면 다시는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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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나 ... 게시글의 그림은 잉크로 그린 아날로그 그림입니다. 디지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