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나의 옛날 이야기

크리스마스의 악몽

by 둥지나무 2018. 12. 25.

“ 야 , 교회가면 사탕 준다 . “


이것이 나와 교회의 첫 인연의 시작이다.물론 교회부속 유치원에 다니긴 했지만 뭐 ... 기도같은 건 해본 기억이 없다.어찌됐건 사탕의 유혹에 넘어가 교회에 가긴 갔는 데 주는 것이 박하 사탕이었다.물론 그 날로 그 교회와 나는 안녕을 고했다.난 박하를 싫어한다.


그리고 몇년후 할머니를 따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뭔 바람이 불었는 지 할머니가 다니기 시작한 교회.첫 날엔 어김없이 사탕이 나왔다.그럭저럭 사탕이 마음에 들었나보다.몇 개월은 다닌 걸보니.도대체 교회의 예배당은 왜 그리도 잠이 오는 건지...


그러다 몇 년 후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이른바 천주교라 불리는 이곳은 기독교 아니 정확히는 개신교인들로부터 예수님을 버리고 마리아를 섬긴다고 들었던 곳이다.처음 들어가면 마리아상이 보이고 간단한 천주교회식의 예를 표한 후 들어간다.성수라고 불리는 냉수에 손도 찍어 십자가도 그리고 ... 무언가 환타지같은 것이 갑자기 중세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음의 높낮이가 없는 그레고리 성가도 좀 폼나고... 주기도문은 교회나 성당이나 비슷했지만 성모송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 마리아여...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라는 문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몇 년인가를 다녔지 ... 세례도 받고 영성체란 것도 모셔보고 성가대 활동도 좀 해봤다.이때 각인된 이미지는 좀 큰 편인데 중세...혹은 환타지...하면 이때 느꼈던 성당의 분위기를 떠올린다.정말 제대로 된 포르투칼인 신부님의 이미지도 컸을 것이다.그러다 만화가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에 미술부를 들어가면서 나와 기독교와의 인연은 끊겼다.


그런데 이놈의 군대가 또 사람을 잡네 ... 정말 뜨거웠던 7~8월 ... 신교대에서 매주 일요일 보내는 종교행사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교회로 ... 성당으로 ... 절로 ... 하느님과 예수님과 부처님 사이에서 춤을 췄다.마호메드는 왜 없었나 몰라 ... 양고기를 먹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데 ... 그렇게 누구나 다 경험하는 신교대를 마치고 자대에 배치 받고는 한동안 종교와 인연이 없었어.알게 뭐냐 종교 따위... P.X.가 있는 데.


그렇게 진급에 목메는 우리 대대장외에는 종교행사와는 연관이 없을 줄 알았지 ... 대대장은 교회로 절로 ... 부임하는 사단장님을 따라 육식과 채식을 왔다갔다 하셨다.그렇다 . 우리 대장은 사단 사령부의 병사들을 관리하는 직책에 있었던거다.매일 사단장을  대면하는 ... 연예계로치면 연예인 매니져라고나 할까?


뭐하여튼 그랬다.말년까지는 좋았지.정말 독실한 크리스찬이 사단장으로 오기 전까진 말이다.이 대단한 양반이...사단내에서는 넘버원...대충 5~6000명의 병력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제일인자가 매일 새벽 5시면 교회를 가신다.


그것도 혼자.


군복도 아닌 일반인의 옷을 입고 걸어내려오는 사단장을 상상해 보라.(누가 군인이라고 생각하겠냐고요 ...)


그게 뭐 어떠냐고 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약간 들쭉날쭉해서 10분 늦을 때도있고 10분 빠를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사령부 지휘통제실에 비상이 걸린다.반드시 내가 근무하는 경계초소를 지나가게 되어있는데 새벽 5시면 전화통에 불이 났다.군대갔다 오신 분들은 이게 무슨 사단인지 알거다.그것도 매일 ...


대대장이 교회를 가는 게 문제가 아니고 매일 그렇게 독실하시니 정말 근무자가 죽을 맛이다.정말 성실하셨다.우리 사단장...내가 전역하는 그날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회를 가셨다.우리사단 간부 지휘관 모두가 교회를 간 것은 옵션이고...있었는지 없었는지 몰랐던 군종참모(기독교)가 사단 제일의 권력자가 되었다.


그때 느꼈지 중세는 그래서 망했구나.


성탄절에 좋은 소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반전있는 이야기도 좋잖아 ~~~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 










'일상 > 나의 옛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뜬금없는 기억  (0) 2019.02.18
예전 일러스트 한장.  (0) 2019.01.16
아!!! 그러고 보니 잊은 게 하나있었네.  (0) 2018.12.22
스팸에 대한 고찰.  (0) 2018.12.20
몇 일전 이야기입니다.  (0) 2018.12.19